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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경 강설집 출간 "서문"

 

글쓴이

: dharmak   

작성일

: 2016-08-03 오후 11:59:12

첨부파일

:

 

아함경 서문 및 해제

“표범은 안개에 쌓여 그 무늬가 바뀐다[豹披霧而變文].”

생각해보면, 나는 2016년의 여름이 되기까지 서울에서 꼬박 14년을 살았다. 14년 세월은 포교당 주지로서 12년과 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서의 2년을 포함한 것이고 그 사이 학문을 병행하여 동국대에서 강의를 맡기도 하였으니 원도 끝도 없는 시간이었다. 딱 스무 살이 되던 해 봄에 불문에 들어 이날까지 시간으로는 삼십 년이 넘는 세월이고 공간적으로도 적지 않은 곳을 옮겨 살기도 하였다. 그러면서도 초지일관 미혹되지 않았던 것은 어떻게 하면 불제자로서의 보람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몸부림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속의 다사다난함이야 어찌 말로 다 풀어낼 수 있겠는가.

때로는 남보다 늦는 것 같아 노심초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 너무 유별난 게 아닌가 싶어 몇 번이고 좌고우면하며 주위를 살펴야 하는 까칠한 심정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럴 때일수록 좌절하기 보다는 책을 들었고 글을 썼다. 내가 어디를 가보거나 누구를 만나거나 하는 등의 경험해보지 못하는 세계는 오직 상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었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난 충분히 행복했고 감사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시선만은 항상 저 멀리 두려 애썼다. 그 덕에 눈앞의 득실보다는 미래의 희망에 더 설레었고 나를 초극해가는 동력으로 삼을 수 있었다.

“표범은 안개에 쌓여 그 무늬가 바뀐다”는 옛 선사의 말이 있다. 호랑이의 위엄과 풍류는 줄무늬의 가죽에서 나온다. 그래서 호랑이는 자신의 가죽을 윤택하게 가꾸기 위해 노력을 하는데, 스스로 털을 핥아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서 가끔씩 고행에 가까운 행동을 한다. 그 고행이란 게 선정삼매에 든 선승처럼 첩첩산중의 짙은 안개 속에서 일주일을 금식하며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가죽의 탄력도 생기면서 무늬가 한 결 윤택해진다고 한다.

마음공부를 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인간의 영혼은 단지 속의 술이 익듯이 자신을 반추하고 삶을 고민해봄으로서 숙성되어 간다. 술이 익는지 궁금하다고 단지의 뚜껑을 자꾸 들춰보았다가는 술도 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예 속을 망쳐버리고 만다. 어찌 단지 속의 일 뿐이겠는가! 세상사 알고 보면 모든 것이 고행을 통하지 않고는 이뤄지지 않으며 향상일로의 안목을 가진 이가 아니면 풍류 아닌 곳에 다시 한 풍류가 있음을 알지 못하리라.

그 동안 에세이집과 여러가지 경전 해설서를 써왔다. 이 책들은 모두 일정 기간 어딘가에 연재했거나 아니면 강의노트를 중심으로 하여 구성된 것이었다. 그러다 법련사 주지 소임을 놓고 재단과 학교에만 전념하다보니 시간이 많아져서 복지재단 직원들과 함께 경전공부를 해볼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아함경과 초기 경전들을 한 권 씩 나눠주고 초기경전에서 읽혀지는 복지와 관련한 내용들을 정리하여 제출하도록 과제를 내주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함경 중의 한 권을 받아서 꼼꼼히 읽어보았다. 그러다보니 아함경의 내용 중에 흥미로운 부분을 추려서 해설서를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매주 두 꼭지, 원고지 80매를 쓰면 여름 휴가 전까지는 가능할 것 같았다. 내 솜씨란 게 유려(流麗)하진 못해도 지금까지 계획을 세우면 제법 본래의 의도에 어긋나지 않게 끝을 맺게 되는 복이 없지 않아서 이 일 또한 4월부터 시작한 원고가 분량과 기한 내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 출간에 즈음하여 서문과 함께 해제를 대신하여 간략하게 이 책과 연관하여 교학적인 설명을 드리면 다음과 같다.

부처님의 교설은 크게 법(dharma)과 율(vinaya)로 나뉘고, 이는 다시 장(藏, pitaka)이라 하여 경장(sutrapitaka)/율장(vinayapitaka)/논장(abhidharmapitaka)으로 구분한다. 경장은 부처님 교설을 모아 놓은 것이고, 율장은 계율에 대한 교설이며, 논장은 경율에 대한 연구를 체계화한 것이다. 부처님 열반 후 세월이 흐르면서 불교의 전파도 다양한 루트로 이뤄졌다.

경장의 경우를 예로 들면, 남방불교(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의 전승은 ‘니까야(部, nikaya)’라 하여 장부(長部)-중부(中部)-상응부(相應部)-증지부(增支部)-소부(小部) 등의 5부로 나뉘고, 북방불교(인도 아소카 왕 이후에 인도의 북방에서 일어나 티베트, 중국, 베트남, 한국, 일본 등에 전파된 불교)의 전승은 ‘아가마(阿含, agama)’라 하여 장아함(長阿含)-중아함(中阿含)-잡아함(雜阿含)-증일아함(增一阿含) 등의 4아함으로 구분하였다. 교단사적으로는 역사적 변천 속에서 여러 종파가 생겨나면서 교학의 이론적 체계를 달리하였다. 그 중의 하나인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는 부파불교 시대의 종파 또는 부파들 중에서 가장 유력한 부파로써의 사상적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다. 줄여서 ‘유부(有部)’라고도 하며 “모든 법[一切法]이 존재하다[有]”라는 입장이다. 아함경이 바로 이 설일체유부 계통의 경전이다.

중국불교는 번역의 과정속에서 토착화와 발흥이 이뤄진 특질을 보인다. 중국에 전해진 아함경은 4세기 말~5세기 초(위진남북조 시기)에 한역되었다. 경전별 번역자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장아함경: 후진, 불타야사와 축불념 공역, 413년
중아함경: 동진, 승가바제 역, 397~398년
잡아함경: 송, 구나발타라(394~468) 역, 435년
증일아함경: 동진, 승가바제 역, 397년

본 강설집의 모본인 잡아함경은 설일체유부 계통에 속한 경전 중에서도 가장 이른 시기에 성립된 것으로 학계에서는 추정한다. 초기불교의 경전들은 모두 암송에 의해 구전되었다. 따라서 암송하기 용이한 짧은 게송 형태의 경전이 우선적으로 전승되었고, 바로 이런 면에서 적은 분량에 간결한 게송이 어우러진 잡아함경이 많이 통용되었다. 전체 분량은 50권 1,362개 경으로 되어있다.

나는 이 중에서 선별하여 전체 30개로 구성을 하고 나름대로 해설을 붙였는데, 선별에 따른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경 자체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좋은 가르침이 되고 오래 기억할만한 내용, 그러면서 부처님 당시를 가늠해볼 만한 흥미있는 소재, 나아가 해설을 통한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할 수 있는 것을 택하였다. 그리고 아함경을 가지고 대중법회나 강의를 할 경우에 해설의 한 유형으로 참고하면 어떨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쓴 것이다.

󰡔선문염송 강설집󰡕에 이어 이번의 강설집도 동국역경원의 한글대장경 중 아함경전집에서 인용한 것이다. ‘복지재단에 있는 동안 시간도 있는데 뭐 하나 써볼까?’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아함경을 시작하고서는 이 원고를 마치면 서울을 떠난다 해도 무방하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 이제 원고도 마치고 서울도 떠나게 되었으니 나의 시절 인연이 그러한가 보다. 짐의 일부는 법련사 골방에 놓고 당장의 볼 책 몇 권과 여름 옷가지들, 마시던 차 두어 가지를 챙겨서 큰절 아래 구산스님 탑전의 한 칸짜리 내 방으로 돌아와 상좌를 데리고 이틀에 걸친 방 정리와 대청소를 마치고 나니 14년 전 서울로 올라가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나는 어디를 다녀온 것일까? 서울에서는 하루 몇 번이고 둘러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3일 만에야 광주 나가서 마셔볼 정도로 이전과는 다른 시간, 마치 괘도를 달리하는 행성처럼 모든 흐름이 바뀌어가는 중이지만 갑갑증이 날 정도의 금단증은 아니었다.

아, 이만하면 됐다.

이제 또 이렇게 살아가면 된다.

눈이 따가울 정도로 강렬하고 투명한 햇살!
하루 반 번 불일암을 거쳐 돌아오는 한 시간 반의 산책을 하고 나면 온 몸이 땀 범벅이 되지만, 서울의 묵은 때를 벗기기 위해서는 몸을 더 심하게 굴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산이고 들이고 거칠 것이 없는 기분이 되는 것이다.

평소 내가 보는 책의 많은 부분은 운주사를 통하여 주문한 것이다. ‘빚을 한 번 갚아야 할 텐데’하면서 항상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함경 출판을 겸해 연락을 넣었더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는 운주사 사장님의 한 마디가 그렇게 고맙게 들릴 수가 없었다. 이번 아함경 강설집은 복지재단에 있으면서 마련된 것이니 그 공덕은 전적으로 복지재단의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회향하며 내 자신이 재단에 있을 때 만들었던 ‘아침 5분 명상’의 염구(念句)를 적는 것으로 출간에 즈음한 말씀을 마친다.

나의 행복
그대의 행복
온 세상의 행복.

2016년 7월 말, 전국적인 폭염주의보 발령이 내리는 속
송광사 탑전에서 보경 합장.

*책은 9월 정도 출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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