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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글쓴이

: Nagune   

작성일

: 2018-03-24 오전 2:34:13

첨부파일

:

 

~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

- 법정스님 지음 · 박성직 엮음 / 책읽는섬 -




대학생 청년 박재철에서
법정스님으로 나아가는
길목의 편지들 모아 출간

구도의 길을 떠난 수행자
고뇌와 깨달음의 흔적들
“옛집의 주소조차 잊었다”







법정스님이 사촌동생 박성직에게 보내온 50여 편의 편지를 담은 책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가 최근 출간됐다. 사진은 스님이 지난 1963년 합천 해인사 앞에서 군복무 중 휴가 나온 사촌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


한국전쟁 직후 최악의 참상을 목격한 전남대 3학년 휴학생 박재철은 몇 날 며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회답 없는 질문을 던지다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이듬해 “불쌍한 우리 어머님의 아들 노릇을 네가 대신 해 다오”라는 내용의 편지 한 통이 사촌동생 박성직에게 날아온다. 그 청년은 바로 ‘무소유의 향기’로 대표되는 법정스님이다. 그리고 지난 1956년부터 1970년까지 법정스님이 사촌동생에게 보내온 50여 편의 편지를 담은 책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가 최근 출간됐다.

2011년에 출간된 <마음하는 아우야>를 재출간한 이 책은 첫 판본과는 달리 출가 당시를 회상하는 법정의 소회를 담은 에세이와 편지에 짧게 이름만 등장하는 이를 추억하며 쓴 에세이들을 덧붙여 내용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었다. 당시 법정스님이 보내온 편지에는 청년 박재철이 수행자 ‘법정’으로 거듭나는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더욱이 1976년에 출간된 역작 <무소유>의 글감이 된 사연들과 깨우침이 담겨 있는 이 책을 통해 스님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겪어야 했던 고통과 고뇌, 희열과 깨달음의 흔적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어 주목된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박재철은 작은아버지 댁에서 공부하며 자랐다. 해방이 되었지만 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져 버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고, 전쟁 통에 시골 살림은 힘들었으며, 삶은 삭막하고 피폐했다. 하지만 작은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영민하고 어른스러웠던 박재철을 대학까지 보냈다. 어려운 시기에 친자식도 아닌 그를 대학 공부까지 시킨 것을 보면 작은아버지에게 박재철은 조카가 아니라 ‘큰아들’이었다.

전쟁이 끝났지만, 박재철은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인간 존재에 대한 고뇌와 끝없이 쏟아지는 물음에 수많은 밤을 지새웠다. 그러던 중 그는 가족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홀연히 집을 떠났다. 집안의 대들보가 되어 주리라 믿었던 가족에게는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박재철과 한집에서 같은 방을 쓰며 자라 온 사촌동생 박성직은 오랫동안 형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형은 오지 않았다. 대신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편지에 자세한 내막은 담겨 있지 않았지만 중학생 머리로도 사촌형이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 법정스님이 사촌동생 박성직에게 보내온 편지. -






법정스님부터 편지가 오기 시작한 것은 1956년으로, 스님이 사미계를 받고 불제자의 길을 걷기 한 해 전이었다. 가족 중에는 유일하게 박성직에게만 편지를 보내면서 스님은 자신의 거처를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가족들이 묻거든 멀리 일본 같은 데로 떠났다고, 차라리 죽은 것으로 생각하라고 편지에 적었다. 그러면서도 일일이 가족들의 안부를 챙겼다. 이즈음 보내온 그의 편지에는 피붙이의 정을 끊어 내려는 독한 마음과 새록새록 가슴에 차오르는 그리움이 교차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법정스님의 수행이 깊어지며 편지 내용은 사뭇 달라진다. “울지 마라. 울지를 마라. 몇 백번 상하고 다치면서 괴롭고 절망하고 울부짖는 동안 인간은 자란다. 자라면서 모든 것을 얻고 또 잃어버리고 그러는 동안 인생을 알게 된다” 등 하루하루 반복되는 출가자의 일상에서 건져 올린 깨우침을 전한다. 그러면서도 1970년 작은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늦은 전갈을 받고 보낸 마지막 편지에서 스님은 “오늘은 법당에 들어가서 많이 울었다”며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작은아버지는 스님을 대학까지 눈을 뜨게 해 준 은인이기 때문이다. 출가외인이라 불효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죄스러워하며, “49일 동안 불전에서 명복을 빌겠다”고 이른다.

이처럼 출가생활 초기부터 법정스님이 견뎌야 했던 가장 큰 고행은 ‘끊어 버림’이었을 것이다. 가족과 청춘, 나아가 박재철을 끊어 버려야 했던 고통의 연속이었다. 자신을 걱정할 동생에게 보내는 글이기에 의연함을 담았지만, 그 편지에는 출가를 택함으로써 오랜 고향을 등졌던 이의 설움이 묻어난다. “옛집의 주소조차 잊어버렸다”는 스님은 그렇게 더 큰 사랑을 위해 가장 아끼는 것을 버렸다. 지난 13일 법정스님 8주기 추모법회가 열린 가운데 편지에 담긴 사연과 의미가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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